지혜세상/글모음

두 개의 해골

청정주 2012. 7. 24. 15:47

 

 

 
그리스 전역을 정복한 후 동방을 정벌하기 위해
길을 떠난 알랙산드로스 대왕(B.C 356 - 323)이 
어느 날 조그만 마을에 도착해서
낯선 부족 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세상의 즐거움이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곳 사람들은 집 앞에 무덤을 파고 매일 참배를 하며.
먹는 것이라고는 땅에서 나는 야채뿐이었다.
알랙산드로스가 야만인 부족을 깨우치기 위해
추장을 불러 물었다.
"그대들은 왜 집 앞에 무덤을 파는가?"
추장이 태연한 얼굴로 알랙산드로스에게 대답했다.
"그것은 죽음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들은 늘 죽음을 이야기 하고, 
내세를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 현세에 대한 집착과 번뇌도 사라지게 되지요."
"그럼 왜 채소만 먹고 사는가?"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내장을 
산 짐승의 무덤으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몸을 짐승의 무덤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육식을 하지 않습니다.
먹는 즐거움이란 결국 혀끝과 
목구멍의 사치일 뿐입니다."
그러고 나서 추장은 사람의 두개골 두 개를 꺼내
그 중 한 개를 알렉산드로스 대왕 앞에
내밀며 말했다.
"왕 중의 왕이시여! 
이 해골이 누구의 것인지 아십니까?"
"글쎄, 모르겠는데...."
알렉산드로스가 고개를 내젖자
추장은 손바닥으로 만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옛날에 최고의 영화를 누리던 
왕의 해골입니다.
그는 백성을 학대하고 속세의 쓰레기를 모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끝내는 죽음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지옥을 자신의 영원한 집으로 삼았습니다."
추장의 말이 끝나자 알렉산드로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그럼 두 번째 해골은 누구의 것인가?"
"이 분은 가장 현명했던 왕의 해골입니다.
그는 신하와 백성을 공평하게 대우하고
백성을 사랑했습니다.
그 역시 죽음에게 영혼을 빼앗겼으나
천국을 영원한 집으로 삼았습니다.
왕 중의 왕이시여!
두 개의 해골 중 대왕의 것은 어느 것입니까?"
알렉산드로스는 추장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자신이 이 세상에 남기고 가야 할 것은 
해골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순간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이 페르시아와 동방을 정복하고
그 영토를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깨달았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알렉산드로스가 
추장에게 말했다.
"만일 그대가 나를 따라온다면 재상으로 임명하고 싶소."
추장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저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지만,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왕은 모든 사람들의 적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드로스는 길게 탄식하며 
오랫동안 추장을 바라보았다.
추장의 얼굴은 맑고 평온했으며,
어린 아이의 눈빛을 갖고 있었다.
결국, 알렉산드로스는 추장에게 경의를 표한 후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리처드 버튼의 [아라비안나이트]란 책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우리 사람들이 한 세상을 살고나서 
후세 사람들에게 남기고 가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소중한 일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참으로 권력과 명예를 초월하고
확고한 인생철학을 갖고 정복자를 명쾌하게 깨우진 
추장과 같은 지도자가 우리들 주변에 
더욱 그리워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현세에 대한 집착과 
번뇌를 사라지게 하는 죽음을 늘 생각하면 
지나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진리를 잊지않고 
지옥보다는 천국을 
영원한 자기집으로 삼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안일과 욕심을 위해
남을 힘들게 하거나 적을 만들어 
당대 최고의 영화를 누리는 해골이 되지 말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현명한 왕의 해골로 남는 생활이 
되었으면 하는 조촐한 바램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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