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세상/글모음

108배와 108번뇌

청정주 2012. 7. 2. 11:44

 

*德華滿發*

 

108배와 108번뇌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불가(佛家)에서는 108배를 올리는 것이 꽤 성한 것 같습니다. 저도 옛날에는 108배도 해보고 300배도 올려 봤는데 지금은 다리가 아파 절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일을 앞둔 사람은 꼭 이 어려운 108배 수행을 하드군요! 예전에는 성철큰 스님을 뵈려면 3000배를 해야 뵈올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이 절의 의미를 알고 하는지 그것이 궁급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108번뇌는 중생들의 한량없이 많은 번뇌를 말합니다. 그리고 근본 번뇌라고도 하죠. 크게 중생의 번뇌가 108개나 된다고 하여 백팔결(百八結) 혹은 백팔결업(百八結業)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중생의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 이 여섯 가지를 육근(六根)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육근이 색깔(色) 소리(聲) 향기(香) 맛(味) 감촉(觸) 법(法)의 육경(六境)을 상대할 때 먼저 좋다(好), 나쁘다(惡),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平等)는 세 가지 인식 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좋은 것은 즐겁게 받아들이고(樂受), 나쁜 것은 괴롭게 받아들이며(苦受),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에 대하여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게 방치해버립니다(捨受), 곧 6근과 6경의 하나하나가 부딪칠 때 좋고(好) · 나쁘고(惡) · 평등하고(平等) · 괴롭고(苦) · 즐겁고(樂) · 버리는(捨) 여섯 가지 감각이 나타나기 때문에, 6×6=36, 즉 서른여섯 가지의 번뇌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이 36번뇌를 중생은 과거에도 했고 현재에도 하고 있고 미래에도 할 것이기 때문에, 6×6=36에 과거·현재· 미래의 3을 곱하여 108번뇌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이와 같은 108번뇌가 벌어지고 또 벌어져서 팔만사천 번뇌 망상을 이루게 됩니다. 또 그 번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무수히 왔다 갔다 하면서 마음을 흩으려 놓기 때문에 중생은 번뇌로 인해 시달리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인 것입니다.

 

108번뇌! 이것은 우리의 흩어 진 마음을 뜻합니다. 하나 로 모아진 마음이 아니라 바깥으로 흩어 진 마음, 근원을 돌아보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 내려가는 유전(流轉)을 뜻하는 것이죠. 이와 같이 108번뇌와 깊이 결속되어 있는 삶이 중생의 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108번뇌는 108번의 절을 하는 동안 스스로 순화되어 삼매(三昧)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108배를 하는 것이 아닌지요? 그리고 흩어 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일심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환멸(還滅)의 시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우리의 마음은 무한한 능력,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번뇌를 따라 밖으로 밖으로 뿔뿔이 흩어질 때 끝없는 생사의 유전(流轉) 속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반대로 번뇌 속으로 흩어 진 마음을 하 나로 모을 때 삼매의 경지가 되살아나는 것이죠. 그리고 원래의 무한 능력이 우리에게서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이렇게 우리는 108배로써 108번뇌를 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108배 속에는 번뇌를 좇아 흘러 내려가는 마음을 일심을 다하여 삶의 원천으로 돌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유전이 아 니라 환멸의 삶, 번뇌 이전의 영원 생명으로 돌아가 진리와 하나가 되는 삶, 곧 성불(成佛)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이 바로 108배인 것입니다.

 

그러나 번뇌는 끊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번뇌는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죠. 그러니까 108배의 절은 번뇌를 끊는 의식이 아니라 깊은 삼매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방편입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108배의 정진을 통하여 삼매 속으로 몰입할 때 우리의 모든 번뇌는 차츰 사라지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삼매와 환멸과 성불! 이것이 우리가 108배를 하는 까닭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이렇게 108배를 올리면 공덕이 나타납니다. 대충 10가지 공덕이 나타난다 하네요!

 

첫 째, 절하는 동안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둘 째, 저절로 하심(下心)하게 되어 아상(我相)을 내지 않게 됩니다.

셋 째, 번뇌 망상이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집니다.

넷 째, 세세생생 지어온 업장이 녹아내립니다.

다섯째,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여섯째, 마음이 즐거워 얼굴이 환해 만나는 사람들이 편하게 느껴집니다.

일곱째, 108배는 온 몸 굴신운동이라 몸이 건강해 집니다.

여덟째, 불보살 명호를 부르며 절하므로 불보살님께서 기뻐하십니다.

아홉째, 마음속에 기원하던 일들이 하나 둘 이루어집니다.

열   째, 진리의 위력과 체성(體性)에 합일 되어 원하면 원하는 대로 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어떻습니까? 108배 올릴 마음이 우러나셨는지요? 옛날 제가 초발심(初發心) 때 300배씩 올리는 절 수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완전히 나중에는 기진맥진하여 쓰러질 정도였죠. 그러나 진리와 하나 되는 기쁨, 그 희열을 느낄 때 못 이룰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情神一到何事不成)이라 했던가요?

 

도반 동지 여러분!

우리 원불교 여의도교당에 4선 국회의원이 한 분 계십니다. 이 분의 기도 정성이 놀랍습니다. 그 바쁜 국회의원이 1천일새벽기도 중 거의 빠지지 않고 108배를 올립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그 어려운 관문을 하나하나 씩 통과하여 마침내 4선의 고지에 오르셨습니다. 지난 번 당선 소감에 여의도교당이 기도 발이 잘 받아서인지 108배를 올린 공덕으로 당선되었다고 웃으십니다. 정치인으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만큼 양심을 속이지 않고 진리적이고 도덕적인 정치생활을 했다는 증거가 아닐 런지요! 지금 한참 대선(大選)에 열을 올리시는 정치인들이 이 108배의 공덕을 쌓으면 어떨까 요!

 

 

원기 97년(2012)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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