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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삭 망해 버려라! "- 법륜스님

청정주 2013. 2. 22. 20:37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시동생이 마흔이 넘었는데 자기 앞가림을 못 하고요..
시부모님은 결혼 전에 돌아가신 상태였고
시동생이 카드대금을 못 내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하면 남편이 대신 내주고..
시동생은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쓰고, 없으면 또 술 먹고 죽는 소리를 합니다.
일도 꾸준하게 하지 못하고 있을 곳이 없다고 하면 남편은 집으로 불러들입니다.
일을 가르치고 하면서 살게끔 해 주려고 해도 일을 하기 싫어하고
이렇게 남편과 시동생은 서로 싸우고 오고 가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남편도 무척 힘들어 하고 저도 무척 속이 상합니다.
둘 다 이해가 안 가고, 시동생의 모든 짐을 혼자 지려고 하는 남편이 답답합니다.

 

▒ 답
그럼 자기는 어떤 게 좋겠어요?
시동생이 잘살고 자기 남편이 못살아서 맨날 시동생한테 얻어먹으러 가는 게 낫겠어요? 아니면
우리 남편이 잘살고 시동생이 못살아서 이렇게 얻어먹으러 오는 게 낫겠어요?
둘 중에 하라고 하면 어느 거 하겠어요?
(저희가 잘사는 게 좋지요)
그러니까 불만 가지지 마세요. (대중 폭소)

두 형제 중에 하나는 잘살고, 하나는 못살도록 인연이 지어져 있어서
자꾸 그렇게 시동생 오는 거 불평하면 입장이 바뀌어져요.
입장이 바뀌는 게 낫겠어요? 그냥 이대로 가는 게 낫겠어요?

(저도.. 남도 도와주는데.. 시동생도 동생인데 도와주는 게 좋지 않나 생각은 하는데..)
아녜요. 동생이 아니고, 이건 아들 인연이에요.
동생이긴 하지만, 지금 남편 마음에는 엄마나 아버지가 아들을 생각하는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남편도 지금 너무 스트레스 받고 속상해 하거든요..)
남편도 혼란스러운 거예요. 마음은 아들같고, 생각은 동생이고..
본인도 지금 헷갈리는 거예요. 자기 인연을 잘 몰라서..
안쓰러울 때는 아들처럼 느껴지고, 꼬라지 볼 때는 동생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이렇게 왔다갔다.. 왔다갔다 하는 거예요.
동생이 나가서 거지처럼 사는 거 보지도 못 하고
동생을 아들처럼 뒷바라지 해 주느냐? 그것도 못 하고..

그래서 남편한테 '아이구, 당신 큰아들입니다'
'큰아들인데 마 우리가 키웁시다' 하면서 자꾸 다독거려야 해요.
아들이면 어떻게 하겠어? 그냥 키워야지.. 버릴 순 없잖아? 그렇죠? (예)

그렇게 기도를 해 주면 시동생이 오히려 자립이 될 수 있어요.
쳐내지 말고 '아들이다' 생각하고 다독거려 주면 마음이 안정이 돼요.
부모님 일찍 돌아가시고 마음을 못 잡아서 그러니까..
지금 동생도, 형이지만 아버지 같은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자기도 모르게..

(다른 형과 누나도 있거든요..)
그래도 자기 집에만 붙어 있지? (예)
ㅎㅎ 인연이 그래서 그런 거예요.
현실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내야지 이걸 한탄하면 안 돼요.

어떤 보살님이 나한테 이런 걸 물었어요.
"스님요~" "왜요?"
"제가요 8남매 맏이한테 시집을 갔거든요~" "그래서?"
"제가 시누이 시동생 일곱을 다 시집장가를 보냈습니다.
20년을 그렇게 뼈빠지게 해줬는데, 그렇게 했으면 이젠 자기들이 살아야 하는데
아직도 큰집만 쳐다보고 있어요.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안 쳐다봤으면 좋겠어요?" "예"
"그야 뭐 간단하지.." "어떻게 간단해요?"
"그런데 문제는 당신이 할까 몰라.." "아이구, 좋은 방법 있으면 제가 해야죠."
"알았어.."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폭삭 망해 버려라!" (대중 폭소)

폭삭 망해 버리면 해결되죠?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와주기도 하고.. ^^
"그래, 폭삭 망해서 시동생들한테 도움받고 살래? 아니면
그래도 가진 게 있어서 조금씩 도와주면서 살래?"
"아이구 스님.. 알았습니다. 됐습니다, 그냥 살 게요 ㅎㅎ"
자기도 어떡할래? (ㅎㅎ 도우면서 살겠습니다) (대중 박수)

집집마다 이런 경우가 많아요.
아들 중에서 애먹이는 집도 있고.. 시누이가 애먹이는 집도 있고..
몇 일 전에 제가 질문을 받은 경우는, 시동생 셋이 장가를 안 가고 붙어 산대요.
하나는 50 몇이고, 하나는 40 몇이고.. 셋이..
그런 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ㅎㅎ
그래서, 별별 인연이 다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괴로워하면서 살아야겠어요? 아니면
그런 속에서도 즐겁게 살아야겠어요?
그 속에도 즐겁게 살아야 해요..

콩을 심어도 다 똑같지 않은 것처럼
살다 보면 이런 인연도 있고 저런 인연도 있어요.
이런 걸 큰 괴로움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동생이 애먹이는 게 나아요? 아들이 애먹이는 게 나아요?
동생이 애먹이는 게 낫고..
가족 중에 누구 아파서 누워 있으면 똥 치우고 병수발 하면서 돌봐야 되잖아?
그래도 이런 경우는 다 자기가 밥 먹고 자기 발로 돌아다니잖아? 그렇죠?
그런 거 생각하면, 이런 건 사실 별 거 아녜요.
어떻게 보느냐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내 인연이다 받아들이고
이만하길 다행이다 여기면 괜찮아요.


 

☞ 아직도 나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법륜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