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세상/글모음

때로는 바보 아닌 바보로 하는 것도

청정주 2012. 7. 17. 14:49

 

 

 

 
어떤 도시에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 있었다.
그는 늘 나무망치를 들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일했다.
그의 이웃에는 돈 많은 은행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은행가는 너무나 바뻤다.
그는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고,
잠시 눈을 부친 다음에는 
부리나케 침대에서 일어나 일터로 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늘 잠이 모자랐고 피곤했다.
더구나 새벽에 잠이 들면 
구두 수선공의 커다란 노랫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화가 난 은행가는 구두 수선공을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아주 거만한 태도로 물었다.
"당신은 1년에 돈을 얼마나 버는가?"
구두수선공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지요. 
그래서 돈은 모으거나 계산해 본 일도 없습니다.
그날 벌어서 그날을 사니까요."
"그럼 하루에 얼마나 버는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죠. 
하지만 버는 만큼 먹으니까 문제되지 않아요.
곤란한 건 노는 날이지요. 
그런 날은 성당에 갑니다. 하지만 재미는 없어요. 
배는 고픈데 사제의 설교는 길고 
늘 성인들의 이야기만 하거든요."
화를 내려던 은행가는 
그의 솔직하고 선량한 마음씨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은행가는 구두 수선공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돈을 좀 주지. 
앞으로 끼니를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새벽에 노래를 부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내가 잠을 좀 자야 하거든."
구두 수선공은 돈을 받아들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구두 수선공은 고민에 빠졌다.
은행가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남감해진 것이다.
처음엔 벽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숨겨두었지만
도무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그의 입에서 노래소리가 사라졌고,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구두 수선공은 바짝 마른 몸으로 은행가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감추어두고 있던 돈을 
은행가에게 돌려주었다.
은행가가 화들짝 놀라 이유를 물었다.
"아니, 내가 준 돈이 적은가?"
"아닙니다. 
저에게는 돈보다 노래와 잠이 더 소중합니다.
돈 때문에 그걸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즐겁게 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 이야기는 라퐁텐의 [우화집]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이 우화를 접하면서 요즈음 같은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과연 이 구두 수선공과 같이 멍청(?)한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면
과연 이 험난한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비록 우화이긴 하지만
돈에 구애되지 않고 얽매이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그처럼 소중히 여기는 돈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소중한 노래와 잠을 즐기는 
구두 수선공의 과감한 결단과 용기가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도 아울러 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어쩌면 하나같이 그렇게도 삶의 여유도 없이 
각박하게 살아가는 돈 많은 은행가와 같지 않은지 
반성을 해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구두수선공과 같은 바보 아닌 바보로 사는 것도 
본인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에 구애됨이 없이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원불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께서는 교의품 34장에서
지금 사람들의 병을 여섯 가지로 말씀하셨는데 
그 중의 제일 첫번째 병으로 
"돈의 병이니, 인생의 온갖 향락과 욕망을 달성함에는 
돈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의리나 염치보다 오직 돈이 중하게 되어 
이로 인하여 모든 윤기(倫氣)가 쇠해지고 정의(情誼)가 상하는 
현상이라 이것이 곧 큰 병이며"라고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는 돈으로 해결하지 못한 일들도 많고
돈을 그다지 썩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있으며,
돈보다는 자신의 소중한 가치와 재주와 철학을 더 
중요시 하며 바보같지 않은 바보로 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우리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해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하는 나날이 되길 염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