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세상/글모음

저도 앞을 못 보거든요

청정주 2012. 6. 24. 18:53

 

 

 

 
교통사고로 양쪽시력을 다 잃어버려 비관에 빠진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배우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학교도 그만두었지만 부모의 제안으로 어쩔 수 없이
시각장애인학교에 입학하기로 마음먹고 그 곳을 찾아갔다. 
학교에 도착하자 교장 선생님과 젊은 목소리의 선생님 한 분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젊은 선생님에게 교정과 학교 건물을 
소개시켜 주라고 했다. 
젊은 선생님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뒤 
학생을 데리고 현관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렇게 말했다. 
"학생! 이젠 계단을 내려가야 한답니다. 
이 계단의 층계는 모두 열다섯개 입니다. 
보통의 돌 계단이니까 한 계단을 짚어보면 그 높이를 
금방 알 수 있을거에요. 
이 계단을 다 내려가면 바로 오른쪽에 화단이 있습니다. 
그 화단 앞에 교정이 있답니다. 
그 곳에는 학생과 같은 친구들이 함께 뛰놀고 
함께 공부하는 교실과 운동장이 있답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싱그러운 젊음들이 
생활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에요. 
제 말을 잘 기억하고 한발 한발 내디뎌 보세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내 손을 학생의 팔꿈치 뒤에 대고 있겠습니다. 
불안하면 언제든지 내 손을 잡으세요" 
너무나도 친절한 선생님 말씀에 학생은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층계를 하나하나 세면서 내려갔고, 
화단 앞을 지날 때는 꽃내음을 맡으면서 
교정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선생님과 함께 학교를 모두 둘러본 학생은 
이 학교를 꼭 다녀야 겠다는 생각과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이 함께 생겼다. 
"선생님... 감사해요..
저 같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정말 잘 이해해 주셔서...." 
그러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이해하고 말고요. 
저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이 이야기를 접하고 저는 바로 
원불교 대종경 인도품 59장에 나오는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하나니라." 하신 
법문이 떠올랐습니다.
시각장애인 학생을 시각장애인 선생님이 안내를 했기에
그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자상하게 해준 설명과 친절로 인해
학교를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내었지,
그렇지 않고 비시각장애인이 안내를 했더라면 
과연 이 시각장애인 학생이 학교를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쉽게 바로 낼 수 있었을까 하고 조용히 반문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상대방을 100% 이해하고 
상대와 더불어 하나된 행동을 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상황에 맞게
역지사지하는 심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가 기본으로는 되어 있어야
상대방이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마음을 움직이며 
그 마음을 내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안내하고 지도하는 사람은
그 안내와 지도를 받는 사람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면서
그들 이상의 지식과 능력과 역량을 가지고 
그들의 눈높에 맞게 안내와 지도를 잘 해야
안심하고 기쁘게 따르겠다는 생각도 아울러 했습니다. 
무기력과 실의, 비관에 빠진사랑에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가라앉은 마음을 살아나게 하고, 삶의 의욕을 느끼게 하며,
새로운 희망을 갖고 도전하게 하는 일같이 
더 큰 일이 없고, 더 큰 보람이 없으며,
더 큰 행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오늘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눈높에 맞추어
상대방의 마음을 살리고 마음을 헤아리며,
"저도 앞을 보지 못하거든요."하는 자세로 살아가면 어떨까요?
그러면 세상이 좀 더 훈훈해지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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