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 26】 이 청춘이 돼지 자웅의 노는 것을 보다가 마음에 깊이 깨친 바 있어 세간 향락을 청산하고 도문에 들어와 수도에 힘쓰던 중, 자기의 소유 토지 전부를 이 회상에 바치려 하는지라,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뜻은 심히 아름다우나 사람의 마음이란 처음과 끝이 같지 아니할 수 있으니, 더 신중히 생각하여 보라.} 하시고 여러 번 거절하시니, 청춘은 한 번 결정한 마음에 변동이 없을 뿐 아니라 대종사의 여러 번 거절하심에 더욱 감동하여 받아 주시기를 굳이 원하거늘, 대종사 드디어 허락하시며 {덕을 쓸진대 천지 같이 상(相)없는 대덕을 써서 영원히 그 공덕이 멸하지 않도록 하라.}
【실시 27】 대종사 마령 교당에 가시니 오 송암(吳松庵)이 와서 뵈옵고 말하되 [저의 여식 종순(宗順) 종태(宗泰)가 입교한 후로 출가(出嫁)를 거절하는 것이 제 뜻에는 맞지 아니하오나, 그들의 뜻을 굽히지 못하여 그대로 두오니, 그 장래 전정을 책임져 주소서.] 하거늘,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나의 법은 과거 불교와 달라서 결혼 생활을 법으로 금하지는 아니하나, 그와 같이 특별한 서원 아래 순결한 몸과 마음으로 공부 사업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어찌 범연할 수야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장래는 부모나 스승에게보다 그들의 마음에 더 달려 있나니, 최후 책임은 그들에게 맡기고 그대나 나는 정성을 다하여 지도만 하여 보자.} 하시니, 송암이 일어나 절하고 두 딸의 전무출신을 흔연히 승낙하니라.
【실시 28】 대종사 부산에 가시니 임 칠보화(林七寶華)가 와서 뵈옵고 [저의 집에 일차 왕림하여 주소서.] 하거늘,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신심이 지극하나 그대의 부군은 아직 외인이라 가히 양해를 하겠는가.} 하시니, 칠보화 사뢰기를 [제가 남편에게 대종사 공양의 뜻을 말하옵고 생각이 어떠냐고 물었삽더니 그가 말하기를 "내 아직 실행이 철저하지 못하여 입교는 아니하였으나 그런 어른이 와 주신다면 우리 집안의 영광이 되겠다"고 하더이다.] 대종사 그 숙연(宿緣)을 짐작하시고 흔연히 그 청에 응하시니라.
【실시 29】 한 사람이 와서 제자되기를 원하는지라,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다음 날 한 두 번 다시 와 보고 함이 어떠하냐.} 하시니, 그 사람이 말하기를 [제 뜻이 이미 견고하오니 곧 허락하여 주옵소서.] 하거늘, 대종사 한참 동안 생각하시다가 그 법명을 일지(日之)라고 내리시더니 그 사람이 물러나와 대중에게 말하기를 [우리가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동문 제자가 되었느냐.] 하며, 자기에게 좋은 환약이 있으니 의심하지 말고 사서 쓰라 하였으나 대중이 사지 아니하매, 일지 노기를 띠며 [동지의 정의가 어찌 이럴 수 있느냐.] 하고 해가 지기 전에 가 버리니라.
【실시 30】 한 제자 교중 초가 지붕을 이면서 나래만 두르고 새끼는 두르지 아니 하는지라,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밤 사이라도 혹 바람이 불면 그 이어 놓은 것이 허사가 아닌가.} 하시었으나, [이 지방은 바람이 심하지 아니하옵니다.] 하며 그대로 두더니, 그 날 밤에 때 아닌 바람이 일어나 지붕이 다 걷혀 버린지라, 그 제자 송구하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며 [대종사께서는 신통으로 미리 보시고 가르쳐 주신 것을 이 어리석은 것이 명을 어기어 이리 되었나이다.] 하거늘,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이번 일에는 그 든든하고 떳떳한 길을 가르쳐 주었건마는 그대가 듣지 아니하더니, 이제는 도리어 나를 신기한 사람으로 돌리니 그 허물이 또한 더 크도다. 그대가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대는 앞으로 나에게 대도 정법은 배우지 아니하고 신기한 일만 엿볼 터인즉, 그 앞 길이 어찌 위태하지 아니하리요. 그대는 곧 그 생각을 바로잡고 앞으로는 매사를 오직 든든하고 떳떳한 길로만 밟아 행하라.}
【실시 31】 이 운외(李雲外)의 병이 위중하매 그의 집안 사람이 급히 달려와 대종사께 방책을 문의하는지라, 말씀하시기를 {곧 의사를 청하여 치료하라.} 하시고, 얼마 후에 병이 평복되니,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일전에 운외가 병이 중하매 나에게 먼저 방침을 물은 것은 그 길이 약간 어긋난 일이니라. 나는 원래 도덕을 알아서 그대들의 마음 병을 치료해주는 선생이요, 육신 병의 치료는 각각 거기에 전문하는 의사가 있나니, 이 앞으로는 마음병 치료는 나에게 문의할지라도, 육신병 치료는 의사에게 문의하라. 그것이 그 길을 옳게 아는 것이니라.}
【실시 32】 대종사, 차자 광령(光靈)이 병들매 집안 사람으로 하여금 힘을 다하여 간호하게 하시더니, 그가 요절하매 말씀하시기를 {오직 인사를 다할 따름이요, 마침내 인력으로 좌우하지 못할 것은 명이라.} 하시고, 공사(公事)나 법설하심이 조금도 평시와 다르지 아니하시니라.
【실시 33】 이 동안이 열반하매 대종사 한참동안 묵념하신 후 눈물을 흘리시는지라 제자들이 [너무 상심하지 마옵소서.] 하니,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마음까지 상하기야 하리요마는 내 이 사람과 갈리면서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없도다. 이 사람은 초창 당시에 나의 뜻을 전적으로 받들어 신앙 줄을 바로 잡았으며, 그 후 모든 공사를 할 때에도 직위에 조금도 계교가 없었나니라.}
【실시 34】 총부에서 기르던 어린 개가 동리 큰 개에게 물리어 죽을 지경에 이른지라 그 비명 소리 심히 처량하거늘, 대종사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생명을 아끼어 죽기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일반이라.} 하시고, 성안에 불쌍히 여기시는 기색을 띠시더니 마침내 절명하매 재비(齋費)를 내리시며 예감(禮監)에게 명하사 {떠나는 개의 영혼을 위하여 칠 칠 천도재를 지내 주라.} 하시니라.
【실시 35】 대종사 비록 사람에게 친절하시나 그 사람이 감히 무난하지는 못하며, 혹 사람의 잘못을 엄책하시나 그 사람이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는 아니하며, 비록 그 쓰지 못할 사람인 줄을 알으시나 먼저 그를 버리지는 아니하시니라.
【실시 36】 대종사 제자 가운데 말만 하고 실행이 없음을 경계는 하셨으나 그 말을 버리지 아니하셨고, 재주만 있고 덕 없음을 경계는 하셨으나 그 재주를 버리지 아니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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