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세상/글모음

원불교와 천주교의 아름답고 훈훈한 이야기

청정주 2012. 7. 14. 17:58

 

 

 

 

 
전북 진안군에 있는 천주교 진안성당이 불이 나서 
전소된 적이 있었다. 
담당신부님이 실의에 차 있는데 
제일 먼저 방문한 분이 있었다. 
그 분은 천주교 관련기관의 인사도 아니요, 
그렇다고 행정기관의 인사도 아니었다. 
바로 다름 아닌 원불교 여자교무님이었다. 
적은 돈이지만 소액의 돈봉투를 들고 와서 
위로와 격려를 한 것이다. 
진안교당 교무님이 얼마되지 않은 돈을 내놓으려고 하니까, 
한편으로는 쑥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성당을 다시 건립하는데 
보테쓰라고 전해준뒤 돌아왔다.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왠지 성금이 부족한 것 같아 
교도님들과 다시 숙의한 결과, 
더 모아가지고 방문을 한번 더 했다. 
이에, 천주교 진안성당의 신부님이 감동을 받고 힘을 얻어 
다시 성전을 건축하기로 마음을 먹고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타종교인 원불교에서 제일 먼저 금일봉을 들고 와서 
격려를 해주는 것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이 내용을 카톨릭 언론매체에 원고를 정리해 기고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감동을 받고
세상에 카톨릭 성당이 화재로 전소되었는데 
원불교에서 그렇게 내일로 여기고 
제일 먼저 와서 격려를 하고 도와주니 
우리가 이렇게 있을 수 없다며 저마다 
전국에서 성금이 답지되어 바로 성당을
건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천주교와 원불교가 서로 상생의 좋은 관계로 지내는데 
당시 성당 신부님이 다른 곳으로 그만 전근을 가게 되었다.
전근을 가는 신부님께서 새로 오신 후임신부님께 
인수인계를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원불교 교당과의 관계를 
앞으로 잘 가지고 서로 도와가면서 지내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있고나서 서로간에 잘 지내고 있는데 
2002년 8월 경, 진안이 아닌 전남 곡성군에 자리한 
원불교곡성교당이 그만 화재로 전소되어버린 사건이 터졌다.
그 곡성교당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유서가 깊은 교당이었다.
그래서 곡성교당교무가 교당을 다시 짓기로 하고 
불사를 하러 다니는데 
하루는 천주교 곡성성당 신부님이 찾아왔다. 
초면이라 서로 상견례를 하고 
무슨 용무가 있어서 왔는가 궁금히 여기고 있는데 
천주교 곡성성당 신부님께서 
'특별한 용무가 있어서 온 것이 아니라'면서 
교당 건축을 하는데 보테쓰라고 거금이 들어있는 봉투를 놓고 
교무님을 위로하고 격려한뒤 다녀갔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 천주교 곡성성당에 계신 신부님이 
진안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성금을 답지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 곡성교당의 교무가 이러한 사실을 
원불교중앙총부 종법실에 알려 좌산 이광정종법사님께서 
그 해 10월 하순 훈훈한 미담이라며
법회시간에 소개를 해주었다.
저는 그 당시 종교간에 서로 배척하지 않고 
어려울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며,
서로간의 울을 넘어서 정성이 듬뿍 담긴 정이 
넘나드는 소식을 접하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며 참으로 훈훈한 감동이 깃는 
훈훈한 이야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동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보통 사람들이
전혀 생각치도 못한 뜻밖의 생각과 행동의 배려와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어찌 천주교 성당이 전소가 되었을 때
종교가 다른 원불교 교무님이 금일봉을 갖고 먼저 찾아가
위로와 격려를 할 생각을 다 했을까?
어찌 원불교 교당이 전소되었을 때 천주교 신부님이 
지역도 다른 곳에서 먼저 찾아가 큰 힘이 되도록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불교 대산 김대거 종사는 1966년 신년법문에서
"우리 종교인들부터 살기(殺氣)를 삭히어 화기(和氣)를 
감돌게 하여야 서로 따뜻한 정이 건네고 나아가 전 인류로 하여금 
형제 자매의 정이 건네도록 하여 줄 수 있을 것이요, 
혈기(血氣)를 가라앉혀 생생한 슬기가 솟아올라야 
우선 각 종교 사이라도 서로 한 집안임을 참으로 느께게 되고 
세계 일가를 이룩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며, 
객기(客氣)를 잠재워 정기(正氣)가 넘쳐 흘러야 
비록 교단은 각각 달리 하고 있을지라도 대의(大義)에는 
물과 같이 합하여 한 일터에 한 일 하는 같은 일꾼으로서 
복지사회를 능히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고 역설하셨습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오늘날의 다종교사회를 살아가면서
종교간에 서로 배척하고 서로 시기질투하며
서로 담을 쌓고 서로 한사람이라도 자기네 신도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살기보다는,
서로 인정해주고 서로 존중해주며 서로간에 울을 터서,
어렵고 힘들 때는 따뜻한 정이 건네며,
공동선을 위해서는 모두가 소아를 놓고 합력하는 종교들이 되고
그런 종교인들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