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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탐방> 2.천주교

청정주 2010. 7. 3. 23:57

그리스도 사랑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세상의 등불이 되는 천주교

천주교의 유래
천주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로서, 예수님과 함께 생활하던 제자들인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법통을 오늘날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다. 서기 30년경,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초기 그리스도교는 사도들의 열성적인 선교 활동으로 시리아, 그리스, 로마 등지로 신속하게 퍼져 나갔다. 천주교는 황제 숭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당시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로마의 통치자들에게 300여 년 가까이 혹독한 박해를 받았지만, 굳건하게 신앙을 지켜 마침내 313년 신앙의 자유를 얻었고, 곧이어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었다.

천주교는 지난 2000년 동안 서구 문화와 문명의 정신적, 사상적 토대가 되어 왔으며, 학문과 예술에도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또 온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실천하면서 세계 평화와 인류애 증진을 위하여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약 12억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같은 믿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에 전래된 천주교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때는 지금부터 200여 년 전이다. 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에 따르면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프랑스 사람 그라몽(Grammont)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돌아왔을 때부터 본격적인 신자들의 모임이 시작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 서학(西學)을 연구하던 학자들을 중심으로 예수님을 믿는 이들의 공동체가 자생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이승훈은 귀국하자마자 이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고, 드디어 지금의 명동 성당 부근의 명례방에서 정기적인 신앙 집회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외국인 선교사가 천주교를 우리나라에 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스스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한 일로 평가받고 있다.

천주교의 새로운 가르침
천주교가 들어올 당시에 우리나라는 국가와 사회의 이념적 근본을 유교에 두고 있었다. 유교 사상과 그 실천은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바탕이었다. 따라서 유교에 회의를 품는다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사회적으로 파멸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실학파 학자들은 중국을 통하여 전래된 서적과 함께 접하게 된 새로운 종교, 곧 천주교의 가르침에 빠져 들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과 행적으로 인간에게 영원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셨는데, 사랑과 평등과 자유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이 가르침은 당시로서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하느님 앞에 만인은 평등하고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한 형제이며 자매라는 가르침은 양반과 천민, 남자와 여자라는 엄격한 신분 차별이 있던 사회에서 참으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온갖 박해를 딛고 성장한 한국 천주교회
한국 천주교회의 성장은 결코 쉽지 않았다. 유교 사상에 젖어 있던 당시의 지배층은 천주교 신자들을 동양 윤리의 이단자이며, 모든 악의 전형으로 몰아 온갖 박해를 했다. 신앙의 자유를 얻기까지 100여 년 동안 네 번에 걸친 커다란 박해로 수많은 순교자들이 생겨났다. 이런 가운데서도 선교사 영입과 성직자 배출을 위하여 힘쓰던 당시 조선 천주교회는, 1845년 김대건(안드레아)이 중국 상하이 금가항(金家港)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에게 사제 서품을 받음으로써 최초의 조선인 사제를 맞게 됐다.

그런데 김대건 신부는 귀국하여 일 년도 채 안 된 이듬해에 체포되어 순교했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우리 민족과 함께 나누기 위해 혹독한 박해를 견디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배교(背敎)하겠다.”라는 한 마디만 하면 단란했던 가정, 잃었던 명예와 가산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그들은 예수의 사랑을 드러내고, 그분의 가르침대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다. 이렇게 신앙을 고백했던 많은 순교자들 가운데 이미 103명은 전세계의 천주교 신자들이 함께 공경하는 성인이 됐다.

교구와 본당
교회 역시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도(道) 단위 지방 자치 단체와도 같은 커다란 지역을 일컬어 교구(敎區)라고 부르는데, 이는 교황이 임명한 교구장 주교를 중심으로 신자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교회의 행정 구역을 말한다. 교구는 좀 더 작은 신자 공동체인 본당(本堂)으로 나뉘는데, 주교들의 협조자인 신부들이 상주하며 신자들을 보살핀다.

본당에서는 신자들의 효과적인 신앙생활을 돕기 위해 가까운 이웃의 몇몇 가구가 모여 구성하는 작은 공동체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천주교 신자들은 누구나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교구와 본당에 소속되어 신앙생활을 한다. 본당을 중심으로 신자들은, 앞에서 본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습처럼, 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고 형제적 사랑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세상에 나아가 선교 사명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본당은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생활 터전이다. 본당에는 신자들의 신앙생활 지도를 책임지고 있는 주임 신부가 상주하고 있으며, 전교 수녀와 사무실 직원들이 협력하고 있다.

성당은 하느님의 집
성당은 하느님의 집이고, 신자들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기도와 수련의 집으로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이다. 성당에 들어갈 때 신자들은 손에 성수(聖水)를 찍어 성호경을 바치면서, 생각과 행동이 오직 하느님께 향할 수 있도록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시기를 청한다. 성당의 중심은 천주교의 공적 예배인 미사가 봉헌되는 제대(祭臺다. 제대는 그리스도를 상징하기 때문에 신자들은 제대 앞에서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한다. 성당 안에 빨간 등이 켜져 있는 감실(龕室)은 신자들이 미사 때에 받아 모시는 예수님의 거룩한 몸, 곧 성체를 모셔 놓은 곳이다.

전례는 하느님께 드리는 공적 예배
미사를 비롯하여 천주교의 공식적인 경신례(敬神禮)를 전례(典禮)라고 한다. 전례는 교회 공동체가 성령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드리는 공적 예배를 뜻한다. 전례를 통하여 신자들은 하느님을 공적으로 흠숭하고 그분께 영광을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거룩하게 된다. 또한 신자들은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룬다.

천주교의 대표적 전례인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으로써 바치신 제사를 기념하고 재현하는 것이며, 그분 안에서 한 형제를 이루는 거룩한 잔치다. 신자들은 주일(일요일)마다, 그리고 교회가 정한 특별한 날에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성당에서는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시간을 정하여 여러 차례 미사를 드리는데, 신자들은 편리한 시간을 택하여 미사에 참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