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 박문수가
동서를 맞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처가에 갔다.
당시에는 대가족 제도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 때라
내 것 네 것 구분이 별로 없었고,
생활도 넉넉지 못하여
세수 후에 사용되는 수건은 무명이나 삼베로 만들어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한 곳에 걸어놓고 사용하던 때였다.
어사 박문수가 세수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새 신랑이 먼저 세수를 해야 한다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세수를 한 신랑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여러 사람이 써야 할 수건을
혼자서 온통 다 적셔버리는 것이었다.
얼마후 그 동서가 평양 감사로 제수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박문수는
임금님을 찾아가 간청을 하며
"제가 개인적으로는 동서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만,
공적으로 생각해 볼 때 동서는
평양 감사감이 되지 못합니다."하고 말씀을 드린 후,
세수를 한 후 수건을 사용하던 일을 예로 들었다.
결국 왕명은 취소가 되었다.
수건 한 번 잘 못 사용하여 박문수의 동서는
평양감사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나상호, 김준안교무가 공동으로 쓴
{빨간 우체통이 보이는 풍경}이란 책에서 소개된 내용으로
모두가 함께 쓰는 수건을 무심코 평소 습관대로 한 번 잘 못 썼다가
그만 평양 감사 자리를 잃게 된 사연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접하고
만약에 내가 어사 박문수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과연 손아랫 동서가 수건을 한번 잘 못 썼다고
그렇게 나라를 위해서 임금님을 직접 찾아가
다시 한번 평양 감사감이 되지 못하니 재고해달라고
감히 간청을 할 수 있을까 조용히 생각해보니,
도저히 친인척 관계의 정의에 끌리고 후환이 두려워서
그렇게 단호하게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기 위해서는
또는 공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사 박문수와 같이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그 심법과
아닌 것을 분명히 아니라고 간청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사람 보는 눈을 더욱 더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반면에 수건을 한번 잘 못 썻다기로서니,
평양 감사감으로 제수된 손아랫 동서를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점에서도
토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도 미리 고치도록 충고를 해서
평양감사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와 편달을 해 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마 어사 박문수가 그렇게 간청하기까지는
손아랫 동서가 수건을 한번 잘 못 사용한 것은 드러난 한 단면이고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여러가지 사람 됨됨이가
공인으로서는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를 할 때
간혹 함정도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고 착각하기에
내가 뿜어낸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 마음 씀씀이를
더욱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또한, 나로 인해 비롯된 모든 말 하나하나와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죄와 복을 불러들이는 근원처가 되고 원인이 되므로
더욱 더 공부심을 놓지 않고 살아야겠습니다.
원불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께서는 {대종경} 수행품 32장에서
"사람이 밥 하나 먹고 말 한 마디 하는 데에도 공부가 있나니,
만일 너무 급히 먹거나 과식을 하면 병이 따라 들기 쉽고,
아니 할 말을 하거나 정도에 벗어난 말을 하면
재앙이 따라 붙기 쉬운 지라,
밥 하나 먹고 말 한 마디 하는 것을 작은 일이라 하여
어찌 방심하리요.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은 무슨 일을 당하든지
공부할 기회가 이르렀다 하여
그 일 그 일을 잘 처리하는 것으로 재미를 삼나니
그대도 이 공부에 뜻을 두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내가 뱉은 말 한 마디와 내가 나툰 행동 하나하나에
바로 죄와 복이 갊아있나니,
새로 시작된 이번 주도 더욱 더 공부심을 갖고
매사를 심사숙고 하며 삼가하는 자세로 살아봅시다.
더불어 공익을 위해서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할 줄 아는
공인인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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