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세상/글모음

탁자 위의 깨진 꽃병

청정주 2012. 11. 27. 10:54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방의 
어느 작은 마을에 조그만 잔치가 벌어졌다.
그 마을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70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결혼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노부부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마을사람들은 
그동안 노부부가 한번도 큰소리를 치면서 
싸우는 것을 본 일도 없었고,
술자리에서나 빨래터에서
부부가 서로를 헐뜯는 소리를 한번도 들은 적도 없었다.
노부부의 얼굴에선 
언제나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열심히 밭을 갈아 아이들을 성장시켰다.
잔치가 열리던 날, 
노부부의 집 조그만 앞마당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노부부의 집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거실 탁자위에 놓여진 깨진 꽃병은
잔치 집에 어울리지 않는 보기 흉한 것이었다.
몇몇 아낙들이 그것을 치우려고 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그 자리에 놔둘 것을 부탁했다.
이윽고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손님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거실로 나왔다.
사람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서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단치도 않은 일로 많이들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남편과 내가 결혼한 지 벌써 50년이 되었군요. 
그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남편과 제가 이 때까지 아무탈 없이 
결혼생활을 지속해 올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 탁자위의 깨진 꽃병 때문이랍니다.
남편에게 실망을 느낄 때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 빠져 괴로울 때
저 꽃병이 나를 지켜 주었거든요.
51년 전 늠름한 청년이었던 남편은
제 방에서 청혼을 했습니다.
그때 내 가슴이 얼마나 뛰던지요.
감격한 나머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그만 탁자 위에 꽃병을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깨진 꽃병은 그날의 내가 느낀 감격,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그 감격을 늘 되새기기 위해 
꽃병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었지요. "
할머니가 말을 마치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탁자 위로 모아졌다.
깨진 꽃병은 빛을 받아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결혼 50주년을 아무 탈없이 맞이한 노부부가
한번도 큰 소리로 싸워본 적이 없이,
또한 서로를 헐뜯는 소리를 하지 않고 
행복하고 다복하게 살아온 비결은 
바로 할머니가 결혼 전에 청혼을 받았을 때 감격해 하다가 
그만 깨뜨려버린 탁자 위의 깨진 꽃병에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 탁자 위에 놓여있는 깨진 꽃병을 보고서
행복한 결혼생활도 자칫 잘못하면 이렇게 꽃병과 같이 
한 순간에 깨져버릴 수도 있음을 
늘 수시로 되새기고 반조를 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남편에게 실망을 느끼거나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처했을 때도 
그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했기에 
그 깨진 꽃병이 더욱 아름답게 빛났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저로 하여금
기쁠 때나 슬플 때, 외로울 때나 괴로울 때,
사람들로부터 실망을 느낄 때나 
힘든 경계를 당했을 때를 맞이하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깨진 꽃병과 같은 것들이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또한, 탁자 위에 놓인 깨진 꽃병이 처음에는 보기가 흉했으나,
할머니로부터 그 담겨진 깊은 뜻과 의미를 알았을 때는 
오히려 그 반대로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듯이,
모든 것에는 담겨진 뜻과 의미가 있음을 알아서
더욱 아름답고 빛나는 삶을 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더불어, 모든 것은 양면이 있으므로
사람이 어떻게 보느냐와 어떠한 마음을 먹고 사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므로 가능하면 긍정적이고 바른 방향을 보고
늘 좋은 마음을 먹고 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원불교 정산 송규종사께서는 그의 법어 무본편 22장에서
"한 마음이 일어날 때 공사(公私)와 정사(正邪)를 대조하여 
그 마음의 시작부터 공변되고 바르게 하라. 
'바늘 구멍으로 소바람 들어 온다'는 말이 있나니, 
한 구석에 삿된 마음이 들어 오기만 하면 
바로 본원에 반조하여 바른 마음으로 돌려야 
후일에 후회가 없으리라."고 하시면서
"경계를 당할 때마다 목적과 자성에 반조하기를 
잊지 말 것이요."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새롭게 시작되는 오늘도 나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반조하면서 지켜줄 수 있는 깨진 꽃병이 있는가?
또한, 모든 것에 담겨져 있는 뜻과 의미를 되새기면서
아름답게 살려고 노력하는가?
긍정적이고 바른 방향으로 보고 좋은 마음을 먹고 사는가를 
조용히 되돌아보는 하루가 되길 염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